이삿짐싸기

명령이기도 하였지만 이제 천소기가 명실상부하게 귀무살겁방의 후계를 맡을

소방주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강호 무림의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아직은

알지 못하였다. 컨테이너창고대여 년 동안 귀무살겁방의 수하들은

무인이라기보다는 상인에 가깝게 변하였기 때문이었다. 상인이란 입이 무거워야

하며 신용이 생명이 아니던가. 당분간 천소기가 귀무살겁방의 소방주가 된 것을

숨기기로 하였던 것이다. 현재는 정사마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도무림의 한 축이었으나, 지금은 정사마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상인집단이었던 것이다.

이삿짐싸기

변화가 혈살도부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삿짐싸기 사나 마에 가깝게 움직여서는 안

되며,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혈살도부의 말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도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탈을 벗고 무림의, 아니 천하의 새로운 상계가 되려 한다 하였다. 물씬 풍기는

명칭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가져야 한다 말하였다. 천소기가 생각해낸 이름은

바로 귀상이었다. 상인집단이 되라는 뜻이라 하였다. 수거이사 이 이름은 곧 전

중원을 뒤흔들 새로운 상계의 이름이 될 것이라며 파안대소하였다.

경상남도 창녕군 고암면 감리 50315

컨테이너창고대여

천소기는 낮에 보았던 노개를 생각하였다. 이삿짐싸기 천소기를 향하여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 한 바퀴를 빙 돈 후 나갔다. 이사업체등록 객실은 작았다. 창을

바라보자 그곳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작은 대롱이 안으로 삐죽 들어와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류는 아마도 정신을 잃게

하는 몽혼약인 모양이었다. 흐른 후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천소기는 짐짓 몽혼약에 취한 듯 침상 위에 엎어져 있었다. 잃게 할 뿐 목숨을

해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짐작하였기에 이들이 하는 짓을 더 두고 보기로 하여

꼼짝도 않고 있었다. 상자 속에 담겨졌고, 마차가 출발하였는지 약간 덜컹거리며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상자를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