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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새파란 불꽃 아래로 나타났다. 전혀 다른 기이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림 속에는 해 저무는 석양 무렵, 황야의 언덕에 우뚝 선소년이

있었다. 걸쳤다. 그러나 어깨 위에 비껴 앉은 황혼빛과 어두운 그림자가

덮힌 얼굴이 어쩐지 깊은 고독감을 전해 주고 있었다. 약간 음울하게

느껴지는 깊숙한 두 눈동자가 마치 차가운 겨울 밤하늘의 별을 보는

듯하다. 더없이 냉철하고 이지적으로 느껴지는 극치의 아름다움이었다.

포효하는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고나 할까 구석구석에 배인 고독한

기운으로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이사짐차 수 없는 그것은 일단 손을

대면 반드시 끝장을 내고야 마는 승부사적 기질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번째 화중인의 그림 아래에도 어김없이 용필휘지의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십삼 년 二十三年 시월 십오 일 十月十五日 , 당년 십칠 세. 실전을 통해

극히 실용적인 권격무예 拳擊武藝 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음.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구교리 33220

세의 나이 때 북경의 암흑가를 장악. 이는 사실상 단신으로 해낼 수 없었던

불가사의한 위업으로 판단되며 배후세력이나 조력자에 대해 계속 조사 중.

절친한 친구 사이. 현재 만겁뇌 수인번호 일만삼천구백구십구 번

一萬三千九百九十九番 으로 종신수 복역 중. 이사짐차 있습니다. 이어진 뒤

불이 꺼지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먹물 같은 어둠이 다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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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이 독백처럼 느릿하게 이어졌다.

한 명은 전 구문제독의 독자, 또 한명은 싸구려 홍등가의 부랑아 출신

그들이 어찌 친구가 되었단말인가 이사짐차 있다. 견제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식으로 설명하면 전혀 다른 류의 인간은

결코 어울릴 수가 없다.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인간이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될 수가 없는 것이다. 친구가 되었단 말인가 하지만 이

사람의 목소리에는 불가사의한 두 사람의 우정에서 기이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어떤 기묘한 의미가 깃들여 있음을

희미하게 깨닫고 있다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칠 세 때 아주 사소한 시비

끝에 대판 싸웠다고 합니다. 북경 암흑가에서 충돌해서 그들을 깡그리

죽였다고 합니다. 말소리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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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왕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