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손없는날

체구가 우람하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서리처럼 하얗게 세었으며 독수리 눈에

콧날이 우뚝한 금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분이 바로 우리들의 총표두이시네. 빨리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올리게. 물류창고보관료 만생 곽박이 총표두님께 인사 올립니다.

옛날 동진 시대에 음양역산과 오행복서지술에 통달했던 분이 아니시오 이 늙은이

운중학이 멀리까지 마중을 나가지 못한 점 사과 드리겠소. 있으면서도 퍽 재미있는

일면이 있었다.

이번달손없는날

없습니다. 이번달손없는날 선생을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오. 이제부터

서로 한집안 사람이고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야 할 처지가 아니겠소 이 늙은이는

소탈한 사람이니 아무쪼록 선생께서도 너무 예의에 구애받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구료. 자, 우리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손을 내밀어 덥석 곽박의 팔을 잡고 자리에

앉혔다. 주객이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곽박의 얼굴을 보아서 총표두는 진칠에게도

자리 하나를 내주었다.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보월리 58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