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보관함 소량이사
생각 없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독백성. 황금접시에 가득 놓여져 있는 건 푸르고 투명한
청포도였다. 소량이사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는 왕극륜의 모습은 어찌 보면 사람이 아닌
거대한 두꺼비처럼 느껴졌다. 눈매가 귀밑까지 찢어진 마흔 살 가량의 갈의인이 팔짱을
낀 자세로 우뚝 서 있었다. 생김새에 기형적이리만큼 아래로 축 처진 매부리코가
용맹스런 독수리의 얼굴을 연상시켰다. 따라다니며 호위하는 임무를 띤 탈혼마검
곡정기라는 위인이었다.
그는 항상 팔짱을 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하나의 깊은 이유가 있었다.
문서보관함 연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허리에 요대처럼 감고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퀵이사 급료를 주기로 하고 고용한 무림고수였다. 소심한 관료들이 다 그렇듯 왕극륜도
수천 명의 관병들보다는 한 명의 출중한 절정고수가 자신을 확실하게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2057
당사자인 곡정기도 마찬가지였다. 포장이사보관이사 없으면서 조금이라도 일거리 같은
게 생기면 꼭 뜸을 들인단 말이야. 문서보관함 서 있는 호부창랑 조상 曹常 을 습관처럼
번갈아 훑어보고 있었다. 시간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정상이었다. 한 번씩 정기보고를
받는 날이었다. 늦은 시간에 받는 보고가 공사에 관한 것일 리는 만무했다. 있는 호부창랑
조상은 벌써 반 시진 전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왕극륜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만에 왕극륜의 입이 열렸다. 이사짐보관업체 합친 이번 달 수입은. 문서보관함 열다가
도로 급히 입을 다물었다. 조상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 내며 수중의 장부에서 눈을
뗐다. 퉤 내뱉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머릿속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느냐
수입이란 말은 어딘가 듣기가 거북하니 기부금이란 말로 고치고, 또 본래부터 본좌는
황금을 좋아하니 환산총액을 말할 때는 항상 은자가 아닌 황금으로 말하라고. 조상은
그제야 왜 자신이 반 시진 동안이나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넣고 우물거리며 느릿하게 조상을 내려다보았다.